[단독] 'AI 검색은 투자 고수라는데?'…진화하는 불법 리딩방

입력 2024-03-27 16:32   수정 2024-03-27 17:17


‘김태철은 웰스파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재이자 최고경영자(CEO)입니다. 웰스파고는 김태철의 리더십 하에 한국 금융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최근 문자 광고 등을 통해 개인투자자를 끌어모으고 있는 한 주식 종목 리딩방 대표를 세계 최대 검색 서비스 구글에서 찾을 때 나오는 인공지능(AI) 검색 결과다. 언뜻보면 그럴듯 하지만 실은 완전히 가짜 정보다. 웰스파고은행은 서울에 본부가 아니라 지점만을 두고 있다. 한국 지점은 2021년 8월부터 박재웅 지점장이 총괄 책임자다. ‘김태철 웰스파고 CEO’는 온라인상 정보로만 존재하는 가상의 인물이란 얘기다.

AI 검색 악용…수개월 전부터 허위정보 뿌려 '작업'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총선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본격 가동 등 증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일정을 앞두고 불법 리딩방이 부쩍 기승을 부리고 있다. 요즘 리딩방은 AI를 활용해 이전보다 한 단계 더 진화했다. 수개월간 인터넷 곳곳에 허위 정보를 뿌려놓고, 정보를 단순히 요약 정리해주는 AI 검색 결과를 내세워 투자자를 현혹하는 식이다.

이는 그간 불법 리딩방이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존 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등 특정 유명인을 직접 사칭해 영업해온 것과는 딴판이다. 대신 요즘엔 ‘비(非)유명인’ 계정을 꾸며 밑단부터 허위정보를 촘촘히 뿌린다. 언론사나 기자를 사칭해 블로그를 운영하거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는 식이다.

이른바 ‘웰스파고 리딩방’도 이런 사례다. 리딩방 일당은 올초부터 네이버, 레딧, 미디움 등 국내외 플랫폼 여러 곳에 ‘김태철은 웰스파고 CEO다’라는 내용을 심어놨다. '유하람 기자', '김지영 기자', '최준혁 기자' 등 명의로 같은 내용을 다루는 블로그도 여럿 운영하고 있다.


‘주식농부’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를 두고도 비슷한 사칭 리딩방이 운영되고 있다. 박 대표가 BAB투자증권이라는 투자자문업체를 세웠다는 내용의 가짜 기사 이미지를 근거라며 돌리는 식이다.

이렇게 온라인 곳곳에 ‘작업’을 해두면 AI 검색을 악용해 투자자를 호도하기가 매우 쉽다. AI는 온라인상의 단순히 정보를 모아 요약해 줄 뿐, 진위 여부까지 가려서 정보를 전달하진 않기 때문이다.

일반이용자 대상 생성형AI 중 가장 성능이 뛰어난 서비스로 꼽히는 챗GPT를 통해 알아봐도 마찬가지다. 챗GPT에 ‘웰스파고 김태철은 누구인가’라고 입력하자 “김태철은 웰스파고의 CEO로, 한국으로 아시아 본사 이전을 결정한 인물”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일반투자자가 주식 투자 조언을 받을 만큼 신빙성이 있는 인물인가’라는 질문에 챗GPT는 “고위 직책을 맡고 있다는 것은 그가 금융 분야에서 상당한 경험과 지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기업 경영과 전략적 결정에 능한 인물임을 의미한다”라고 답변했다.
유료회원 모집에 대규모 종목매집 시도…'스팸 과다 종목' 피해도
이들 리딩방은 허위 정보를 바탕으로 유료회원이나 자체 플랫폼을 통한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다. ‘웰스파고 리딩방’은 웰스파고 펀드 출시까지 예고하고 있다. 수익률을 보장할 테니 투자금을 입금하라는 얘기다.

매수세를 유도해 주가를 띄우려고도 시도한다. 리딩방 일당이 지난 22일부터 추천한 HB솔루션은 지난 25일 한국거래소로부터 스팸관여 과다를 사유로 투자주의종목 일시 지정을 받았다. 영리 목적 광고 신고건수와 거래량이 함께 증가했다는 이유에서다.

이같이 그럴듯한 허위 정보를 바탕으로 한 주식 리딩방이 늘어나면 투자자 피해도 그만큼 커질 전망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작년 9월부터 12월까지 3개월간 접수된 투자리딩방 사기 건수는 1452건으로, 경찰 산정 피해액만해도 1266억원에 달한다. 금감원 금융소비자포털 파인에 신고된 유사투자자문업 건수는 2213건으로 올들어서만 66건이 신규 접수됐다.

금융감독당국도 대처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행 규정·구조상 당국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서다. 리딩방을 비롯한 유사투자자문업 영업·운영은 카카오톡, 텔레그램 등 메신저서비스를 통한 개인간 사적 대화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사생활 보호 때문에 불법 행위 증거를 확보한 내부자의 제보가 없는 한엔 금융감독당국이 조사나 제재에 나서기 어렵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허위 정보를 매일같이 일일이 모니터링할 수 없다는 한계도 크다.

한 IT업계 전문가는 “AI는 ‘쓰레기 데이터’를 입력하면 ‘쓰레기 결과’가 나오는 게 원칙이다보니 리딩방 세력이 이를 악용해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AI는 온라인상 허위 정보를 걸러낼 수 없는 만큼 투자자들이 투자 권유 등을 받았을 때 여러 키워드로 교차 검색을 하는 식으로 정보를 직접 검증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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